자연계에 숨겨진 창조의 비밀
- 김성현
- 2019년 1월 8일
- 16분 분량
부제: 화학적 진화로 생명 탄생이 가능한가?
1. 서론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의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시편 19:1).” 다윗은 아마도 양을 치면서 밤 하늘에 펼쳐진 무수한 별들, 은하수, 달을 보면서 이 찬양시를 썼을 것이다. 그에겐 이 자연 만물은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장소였다. 자연을 바라보며 너무도 당연하게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가 창조하신 세계의 아름다움을 찬양할 수 있었다. 비록 별들이 어떤 법칙에 따라 운행하는지 몰랐어도, 그 별들이 쏟아내는 빛의 속도가 얼마나 빠르며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어도, 그 수가 얼마나 많은지 몰랐어도 그는 창조를 인정하였고 창조주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울도 동일한 말을 한다.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지니라(로마서 1:20).” 그러나 이제 과학이 발달하고 과거 사람들이 몰랐던 지식을 갖게 된 오늘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교하게 운행되는 우주만물, 아직도 그 내용을 다 알 수 없을 정도로 치밀하고도 복잡한 생명현상을 보면서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하나님을 인정하며 더욱 찬양하는가? 아이러니 하게도 정반대이다. 정반대로 자연계를 탐험하여 실제적인 지식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그것을 해석하고 적용하는데 하나님을 완전히 배제시키고 있다. 소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학문과 종교는 서로 양립할 수 없다는 논리를 들어 공적으로 모든 학문의 영역에서 절대자의 존재를 제거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무슨 권리로 사람들이 그렇게 하였는가? 누가 그들에게 그러한 권리를 주었는가? 과거 위대한 과학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갈릴레오, 케플러, 뉴턴, 패러데이, 파스퇴르, 맥스웰, 보일, 주울, 켈빈, 과학계에 위대한 공헌을 한 과학자들은 결코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무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은 하나님의 창조물로서 자신들은 그 안에 부여된 질서를 탐구하는 것을 평생의 목표로 연구하였던 것이다. 일반계시로서의 자연, 그 안에는 분명한 질서와 법칙이 있을 것이며 이러한 신념은 하나님은 질서의 하나님이시며 법칙을 제정하여 우리로 하여금 탐구할 수 있도록 하신 분이라는 믿음에 기초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비록 이신론(Deism)적인 믿음을 갖긴 했지만 아인슈타인도 말하기를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은 자연이 이해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라고 고백했던 것이다. 자연은 이해될 수 있다. 겉보기엔 무질서해 보이고 무작위적으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우리의 이성과 직관을 사용하면 그 안에 숨겨진 창조의 비밀을 부분적으로나마 발견할 수 있다.
모든 만물이 다 창조를 증거하지만 특별히 생명은 창조주가 존재함을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생명에 관한 정의는 아직도 완전히 정립되지 않았지만 누구라도 생명체와 무생명체를 구별할 수 있고 그 간격은 동이 서에서 먼 것만큼이나 큰 것이다. 우주의 가장 경이로운 대상이 생명이며 그 중 인간은 가장 독특한 존재이다. 남녀노소, 지식의 유무를 불구하고 동서고금의 수많은 사람들은 생명의 신비에 대해 탐구하였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생명의 정의, 기원에 관한 질문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며 각자 나름대로 답을 가지고 있고 우리의 세계관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다. 생명의 기원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크게 구별하면 최초의 생명은 저절로 생겨났다는 이론과 생명은 생명체로부터 유래한다는 이론으로 대별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생명의 기원에 대한 이론으로서 현재 교과서에서 가르쳐지고 있는 자연발생설, 즉 화학진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찰해 봄으로써 이 이론이 건전한 과학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며 따라서 교과서에서 마땅히 삭제되어야 함을 보이고자 한다.
2. 화학진화의 개념
광의의 화학진화는 빅뱅으로부터 간단한 원소가 생성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복잡하고 무거운 원소가 생성되는 과정도 포함한다. 현재 주류 과학계에서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137억 년 전 지금의 모든 물질이 하나로 뭉쳐 있다 대 폭발에 의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마침내 현재의 우주와 같은 모습이 이루어졌다는 이론이 빅뱅이론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최초의 3분이 매우 중요하며 이에 관한 책도 여러 권 나와 있다. 물론 아무도 본 사람이 없기 때문에 물리학적 이론에 근거하여 시나리오를 정교하게 구성한 이론이다. 그러나 본고에서는 이러한 관점의 화학진화가 아니라 최초의 가장 간단한 생명체를 이어 주는 단계로서의 화학진화를 고찰하려 한다. 다윈에 따르면 생명체는 자연선택이라는 과정을 통해 하등한 생물로부터 고등한 생물로 점점 진화해 왔다는 것이다. 비록 진화론 자체도 여러 가지로 변화되어 신다윈주의니 현대 종합이론이니 하는 여러 이론이 있지만 하등한 생명체가 고등한 생명체로 변화되어 왔다는 개념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바로 이 이론이 우리의 자녀들이 현재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전적으로 배우고 있는 이론이다. 7종의 고1 융합과학교과서의 생명의 진화 단원을 보면 화학진화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원시지구의 대기성분으로부터 간단한 유기물이 생성되며 이로부터 더욱 복잡한 유기물인 단백질, 핵산, 인지질 등과 같은 세포의 구성성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화학적 진화라고 한다. 이 화학적 진화가 일어났었다고 주장하는 핵심에는 밀러의 실험이 있다. 밀러의 실험에 관하여는 7종 교과서 모두 자세히 소개하고 있을 정도로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밀러의 연구결과가 발표된 후 약 60년이 지난 오늘까지 수많은 실험과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결과들을 중심으로 밀러의 실험 조건이 과연 원시지구의 대기를 정확히 반영했는지, 얻어진 유기물이 과연 생명의 기원이 될 수 있는지, 중합과정이 과연 자연계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3. 역사적 고찰 및 문제제기
이미 기원전 수백 년 전부터 주로 그리스 철학자들 사이에서 생명의 기원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엠페도클레스와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명은 저절로 생긴다는 자연발생설을 주장했다. 이러한 생각은 17세기 벨기에의 의사 헬몬트에 의해 그때까지 지지되었다. 이러한 생각에 처음으로 반대한 사람은 이탈리아의 의사 레디였다. 그는 대조실험을 통해 구더기는 파리가 낳은 알에서만 생긴다는 사실을 증명함으로써 생명의 자연발생설을 부정하고 생물속생설를 주장했다. 그러나 미생물은 여전히 자연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대해 영국의 니담과 이탈리아의 스팔란차니 간의 논쟁이 있었지만 완전히 해결되진 못하였다. 190년간의 이러한 논쟁은 파스퇴르에 완전히 종식되었다. 그는 유명한 백조목 실험을 통해 생명은 생명으로부터만 유래한다는 생물속생설을 완벽히 확립하게 되었다. 그는 1864년 소르본느 대학에서 행한 강연에서 “자연발생설은 이 실험에 의해 치명타를 맞고 결코 회복되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말하였다. 파스퇴르에 의해 생물속생설은 모든 사람들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완전한 진리로 확립되게 되었다. 파스퇴르의 실험은 적어도 4개의 교과서에 수록이 되어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생명의 기원, 구체적으로 말하면 최초의 생명체가 지구상에 어떻게 출현하였는지에 대해 나름대로 합리적인 대답을 시도한 사람은 다윈이었다. 그는 후커에게 보낸 1871년 2월 1일자 편지에서 “따뜻한 작은 웅덩이”를 생명이 생겨난 가능성이 있는 장소로 제시하였다. 그는 범생설의 부활을 희망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편지의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범생설에 우호적인 단어를 보게 되는 것은 항상 기쁩니다. 범생설은, 제가 믿기론, 언젠가는 부활할 것입니다. ... 생명체를 최초로 만들기 위한 모든 조건이 지금 존재하고 있고 과거에도 계속 존재해왔을 수 있다고 흔히들 말합니다.-그러나 만일(오 얼마나 큰 가정입니까) 우리가 온갖 종류의 암모니아나 인산염, 빛, 열, 전기가 존재하는 따뜻한 작은 연못을 상상한다면, (그곳에선) 단백질이 화학적으로 형성되고 훨씬 더 복잡한 변화가 쉽게 일어날 것입니다. 현재에는 그러한 물질은 즉시로 삼켜져 버리거나 흡수되어 버리겠지만 생명체가 형성되기 전에는 그러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편지에서 다윈은 로우니의 실험(물을 끓여도 어떤 곰팡이는 죽지 않았다는 실험)을 언급하면서, 만일 그렇다면 파스퇴르의 실험은 어떻게 되느냐며 반문하였다. 이는 이미 파스퇴르가 생명의 자연발생설을 부정하는 결정적인 실험을 하여 생명은 생명으로부터만 유래한다는 이론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어쨌든 다윈은 파스퇴르의 생물속생설을 받아들이면서도 최초의 생명체의 기원에 관해서만은 자연적인 과정을 따라 발생했으리라 생각하였다.
이후 1920년대에 소련의 구소련의 오파린과 영국의 할데인은 독립적으로 소위 “오파린-할데인 가설”이라고 하는 생명의 기원에 대한 과학적인 메커니즘을 제시하였다. 그들은 원시지구의 대기는 환원성이며, 만일 번개나 자외선 같은 충분한 에너지가 공급된다면 다양한 유기물이 합성될 것으로 추측하였다. 오파린은 유기물은 여러 단계의 반응을 거쳐 더욱 복잡한 분자가 되고, 이러한 분자들이 모여 ‘코아세르베이트’라는 콜로이드가 형성된다고 제안하였다. 코아세르베이트는 주위로부터 유기물을 흡수할 수 있고, 동화작용을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최초의 생명체인 세포가 생겨났으리라는 메커니즘을 제시하였다. 할데인의 생각도 비슷하였다. 그는 원시바다가 빛을 받아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장소라고 제안하였다. 원시대기에는 산소가 없었고 이산화탄소, 암모니아가 자외선을 받아 여러 종류의 유기물이 생성되었으리라고 추측하였다. 이러한 바다를 ‘뜨거운 묽은 수프’라고 불렀으며, 매우 많은 종류의 단순한 유기물과 중합체를 포함한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유기물, 중합체가 막 구조를 형성하면서 결국 최초의 세포로 발달하였을 것이라고 하였다. 할데인은 처음으로 ‘원시 수프’란 용어를 만들었다.
오파린-할데인 가설은 시카고대학의 대학원생이었던 밀러에 의해 그 가능성이 입증되어, 생명의 기원에 대한 유력한 이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밀러의 실험은 생명 탄생의 첫 단계를 입증한 실험으로 간주되어, 현재 고등학교 융합형「과학」교과서에 상당히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그러니까 비록 파스퇴르에 의해 생물속생설이 확립되었어도 무생명적인 생명의 기원을 찾으려는 시도는 다윈 이후 꾸준히 계속되어 온 것이다. 즉, 최초의 생명의 탄생에 관해서만은 예외적으로 생물속생설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도 왜 최초의 생물만 예외적인 기준이 적용이 되어야 하는지 전혀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밀러의 실험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생명 탄생에 대한 첫 단계를 증명한 것일까? 과연 이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가 얼마나 확고하게 존재하는가? 생명의 탄생은 오랜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이므로 현재로서는 그 당시 원시지구의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여러 지질학적,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자료로부터 당시의 환경을 추론해 볼 수 있으며, 이에 근거하여 밀러실험의 적합성 여부에 대해 판단할 수 있다. 만일 밀러의 실험조건이 지구과학을 비롯한 다른 학문으로부터 얻어진 결과와 일치하고, 밀러의 실험결과가 현재 생명체를 구성하고 있는 성분과 동일한 물질을 합성했다면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유력한 이론으로서 교과서에 소개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험조건이나 결과가 현재 학계에서 인정하는 내용과 심각하게 다르거나 상충한다면 밀러실험은 생명의 기원을 증거하는 실험으로서 커다란 결격사유를 갖게 되므로, 정확한 내용을 가르쳐야 하는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으면 곤란할 것이다.
4. 화학적 진화에 관한 학술적 비판
1) 원시대기는 환원성이 아니었다.
밀러가 유기물을 합성하기 위해 실험한 전제조건은 환원성 대기였다. 이러한 가정은 어떠한 증거에 기초한 것이 아닌 논리적 필연성에 의한 것이었다. 즉, 만일 산화성이라면 합성된 유기물들은 곧 산화되어 파괴되어 버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비록 밀러의 실험이 정교한 실험장치 내에서 약간의 아미노산을 합성하는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환원성 대기라는 가정은 곧 바로 지질학자들의 반대에 부딪치게 되었다. 여러 지질학적인 증거가 전혀 환원성 대기를 보여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리가 원시지구의 대기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같은 해에 시카고 대학의 브라운은 지구 대기 중 불활성기체의 양을 측정하여 지구가 형성될 때 본래의 대기를 잃어버렸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주장은 후에 프린스턴 대학의 지구화학자 홀랜드와 카네기 연구소의 지구물리학자 아벨슨의 지지를 받았다. 이들은 독립적으로 지구의 원시대기는 성간의 가스로부터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지구의 화산에서 분출된 기체로부터 이루어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화산 분출물은 주로 수증기·이산화탄소·질소, 그리고 극미량의 수소로 되어 있는데, 과거 화산이 현대 화산과 달라야 할 아무런 이유도 그들은 발견하지 못하였다.
수증기가 원시대기의 성분이라면 아마도 약간의 산소도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태양에서 오는 자외선은 대기권 상층부에서 수증기를 수소와 산소로 광분해할 수 있으며, 수소는 우주로 달아나고 산소는 대기권에 남아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기에 존재하는 높은 산소의 비율은 물론 광합성에 의한 것이지만, 광합성이 나타나기 전에라도 자외선에 의한 물의 광분해로 산소가 소량이라도 생성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버크너와 마샬이 그 양을 계산했는데, 현재 대기 중의 양의 약 1000분의 1 또는 그보다 훨씬 낮았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이러한 결론에 대해 칼텍의 지구물리학자 브링크만은 동의하지 않았고, 광합성이 나타나기 이전에라도 물의 광분해에 의해 상당한 양의 산소가 존재했으리라고 주장하였다.
원시대기의 산소 양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일치된 견해는 없지만, 소량이라도 산소가 존재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한다.
암석으로부터 원시대기의 성분을 추정하려는 시도도 행해졌다. 고대 퇴적암에 들어있는 우라늄 광석인 우라나이트는 산소를 별로 포함하지 않아, 당시의 대기는 산소가 희박했다는 증거로 여겨진다. 그러나 산소가 풍부한 대기 중에서 형성된 암석에도 우라나이트는 존재한다. 상당한 정도로 산화된 붉은 색의 철을 함유한 퇴적암도 원시대기 중의 산소의 양을 측정하는데 이용된다. 워커는 20억 년 전의 이러한 “붉은 층(red bed)”이 산소성 대기의 시작을 확정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딤롯과 킴벌리는 퇴적암 내의 철의 분포로부터 산소가 없는 대기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생화학적인 증거도 원시대기에 산소가 존재했음을 암시한다. 영국의 생물학자 럼스덴과 홀은 살아있는 세포가 산소의 파괴적인 효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효소가 유기체에 존재하는데, 그 유기체의 조상은 광합성이 나타나기 이전에 이미 존재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하였다. 그들은 그 효소는 광분해로부터 생성된 원시 산소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진화되었음이 틀림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 비환원성 조건이나 산소가 존재하는 조건에서는 아미노산이 합성될 수 없다.
이처럼 밀러의 실험조건이 당시의 지질학적 환경과 유사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비환원성 조건이나 산소가 존재하는 조건에서도 아미노산이 합성될 수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즉, 메탄이나 암모니아 대신 이산화탄소, 질소, 수증기의 혼합 가스에 외부에서 에너지를 가하여 유기물을 합성하려는 시도가 행해졌다. 1977년에 폭스와 도스는 그러한 혼합물에 전기방전을 하여도 어떠한 아미노산도 생성되지 않았다고 하였다.
1983년에 슐레진저와 밀러는 다양한 기체 조성으로부터 아미노산을 합성하려고 시도하였다. 메탄 대신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를 반응물로 이용하면 수소가 존재하는 경우, 전기방전으로 가장 단순한 아미노산인 글리신을 합성했다고 보고하였다. 그러나 글리신이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아미노산임을 밝히면서, 다양한 아미노산을 생성하려면 메탄이 있어야 함을 인정하였다.
최근에 들어서 동일한 시도가 해닉 등에 의해 행해졌다. 그들은 이산화탄소-질소-수증기 혼합물을 고전압 코로나방전을 이용해 고체 아미노산 응축물을 만들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생성된 아미노산은 아르기닌, 라이신을 비롯한 8종류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으로부터 몇 가지 아미노산을 얻었다 할지라도 자연계에는 음으로 하전된 전극이 없고 코로나 방전이 일어날 방전관은 더 더욱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실험결과는 오히려 자연적으로 아미노산이 생성될 수 없음을 보여줄 뿐이다.
3) 원시지구의 대기가 환원성이라는 것은 화학적 진화를 주장하기 위해선 설정한 가정일 뿐이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원시대기의 조성이 환원성이라는 가정은 현재로선 그 근거가 매우 희박하며, 오히려 상당량의 산소가 존재했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밀러 자신이 말하기를, "생물학적으로 관심이 있는 화합물질들의 합성은 환원성 조건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지구의 대기가 환원성이었던 때가 있었을 것으로 믿으며, 약간의 지질학적 및 지구물리학적 증거들이 실제로 그러했을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정적인 증거는 하나도 없다."고 하였다. 이어서, "이러한 혼합물에 일산화탄소와 과량의 유리형 수소가 가미되었더라면 가장 간단한 아미노산인 글라이신과 흔적 정도의 다른 아미노산류가 합성되었을 것"이라고 하였다.
워커 역시 환원성 대기의 필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원시대기 조성에 대한 가장 강력한 증거는 생명의 기원에 대한 조건에 의해 주어진다. 환원성 대기는 반드시 필요한 요구조건이다.”
1982년에 열린 ‘고돈연구회의’의 ‘생명의 기원’ 세션에서 참가자들은 초기 대기에 산소가 없었다는 것은 생명의 발달에 필요한 유기화합물을 합성하기 위해선 대기가 환원성이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견해에 동의하였다. 그러나 클레미와 바드함은 이러한 관점을 ‘도그마’라고 지적하였다. 한마디로 도그마가 실험과학을 대체해 버렸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견해를 가질 때 아무리 대기화학적, 생화학적인 증거를 내세워 초기 지구의 대기에 산소가 상당량 존재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왜냐하면 화학적 진화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는 어떠한 과학적인 증거도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웰즈에 의하면 이러한 시도는 마치 수레를 말 앞에 매달려는 것과 같다. 밀러의 실험에서 무기물로부터 유기물이 합성된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없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이 원시지구 대기가 산소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해 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시지구 대기가 산소를 포함하고 있었다는 증거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4) 4.3 산소가 있을 경우 합성된 화합물은 빠르게 분해된다.
대부분의 진화론자들도 원시대기가 산소를 함유하고 있으면 필요한 유기화합물이 제대로 합성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다. 밀러도 말하기를 “생물학적으로 흥미 있는 화합물의 합성은 단지 환원적 조건(즉, 대기에 자유산소가 없는 조건) 하에서만 일어난다.”
5) 아미노산이 자발적으로 결합하여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록 환원성 대기를 가정하고 여기에 번개와 같은 에너지가 가해져 아미노산이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이들이 자발적으로 결합하여 생물학적 기능성을 갖는 단백질로 합성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미노산은 정확한 순서로 결합되어야 하고, 이렇게 합성된 단백질들은 세포내 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놓여 있어야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은 아미노산의 합성보다 훨씬 일어나기 어렵다. 확률적으로도 열역학적으로도 이러한 과정은 거의 불가능하다. 헐은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이러한 논의로부터 얻어진 결론은 그것이 (생명체의) 자발적 발생이론에 정말로 치명적일지도 모른다는, 가장 심각한 장애요인을 나타낸다. 첫째로 열역학적 계산에 의하면 가장 간단한 유기화합물이라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낮은 농도 밖에는 생산이 안 된다. 둘째로 그러한 화합물을 합성하기 위해 요구된 반응들이 화합물들을 분해하는데 훨씬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6) 유기물 합성이 생명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기방전을 비롯한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단순한 무기물로부터 유기물을 합성하려는 시도에서 다양한 아미노산과 기타 유기물이 합성되었지만, 몇 가지 물질을 제외하고는 극히 소량이다. 일정 농도 이상이 되어야 다음 단계의 반응이 가능한데, 극히 낮은 농도이기 때문에 농축과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 원시지구 환경에서 매우 강한 자외선은 합성된 대부분의 분자를 파괴했을 것이다. 또한 분자 자체가 열에 취약하거나 일정한 반감기가 있어, 이들이 오랫동안 존재하면서 다음 단계의 반응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예를 들어 100℃에서 핵산의 일종인 아데닌과 구아닌의 반감기는 1년 정도이고, 우라실은 12년, 시토신은 겨우 19일에 불과하다. 설혹 이 염기들이 합성이 된다 하여도 이러한 짧은 반감기로는 뉴클로오시드나 뉴클레오티드가 합성될 수는 없다.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밀러는 0℃라는 낮은 온도에서 합성과정이 진행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이 온도에서는 반감기가 대폭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토신의 반감기는 17,000년 정도라 역시 매우 짧다. 또한 오존의 존재는 생명의 기원에 딜레마를 제공한다. 밀러가 행했던 종류와 같은 수많은 실험에선 오존은 사용되지 않았다. 오존은 3개의 산소로 이루어진 분자로서 이 물질을 이용했다면 원시대기는 환원성이 아니었을 것이고, 따라서 합성된 아미노산을 비롯한 유기물은 합성되는 즉시 오존에 의해 파괴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존이 없다면 지구에 자외선은 지금의 100배 정도가 되어 메탄은 수십 년 이내에, 암모니아는 3만년 이내에 파괴되어 이들 물질에 의한 유기물 합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7) 화학적 합성으로는 손대칭성(chirality)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생체 내에 쓰이는 분자들은 대부분 특정한 분자대칭성(손대칭성)을 가지고 있다. 즉,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도 광학 활성이 다른 두 가지 입체구조가 존재한다.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은 모두 좌선성(‘왼손성’, L-형)이며 DNA, RNA를 구성하는데 사용되는 리보스, 데옥시리보스는 모두 우선성(‘오른손성’, D-형)을 지니고 있다.

그림. 아미노산의 손성. 왼쪽이 좌선성, 오른쪽이 우선성
이들 분자는 물리, 화학적 성질이 모두 동일하며, 오직 광학적 성질만 다르기 때문에 화학반응으로 합성을 하면 좌선성과 우선성의 분자가 정확히 50%씩 섞인 혼합물(라세미 혼합물)이 생성된다. 원시대기 성분으로부터 이들 유기화합물이 선생체적으로 합성되는 경우, 역시 D-형과 L-형이 반반씩 섞여 있는 라세미 혼합물일 것이다. 만일 라세미 혼합물에서 단백질이나 DNA, RNA가 합성된다면 두 손대칭성을 가진 분자들이 모두 이용될 것이다. 그러나 존재하는 모든 생체 고분자는 한 가지 손대칭성만을 가진 단량체로 이루어져있다. 즉, 100% 광학적으로 순수하다. 단백질의 원료인 아미노산은 대부분 좌선성(L-아미노산)인 반면, 핵산의 구성성분인 오탄당(ribose)는 모두 우선성(D-리보스)이다. 손대칭성을 지녔다는 사실은 생명체의 중요한 특성이며, 따라서 손대칭성의 기원은 생명의 기원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고 있다. 손대칭성을 처음으로 발견했던 파스퇴르(1848)는 라세미 혼합물 중에서 생명물질과 반대되는 물질(D-아미노산, L-오탄당)을 죽은 물질이라고 표현하였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기능이 없거나 독작용을 나타낸다.
손대칭성의 기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론들이 제시되어 왔다. 유력한 이론으로서 외부에서 어떤 물리적 힘이 라세미 혼합물에 작용하여 하나의 손대칭성을 가진 분자만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선성, 좌선성이란 것이 원편광된 빛을 어느 방향으로 회전시키느냐에 따른 것이므로, 외부의 물리적 힘으로서 원편광이 된 빛이 유력한 동인으로 주목받았다. 두 광학 이성질체는 원편광이 된 빛을 흡수하는 정도가 다르므로, 라세미 혼합물에 이 편광 빛을 조사하면 한쪽의 광학 이성체를 분해하여 광학적 순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었다.
1974년에 카간 등에 의해서 행해진 실험에서 편광 빛은 하나의 광학이성질체를 다른 이성질체에 비해 좀 더 효율적으로 파괴하였다. 그리하여 20% 정도 광학적으로 순수한 장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99%의 초기물질이 파괴되었고, 생명현상에 필요한 100%의 순도는 얻어지지 않았다. 35.5%의 광학적 순도에서는 초기물질의 99.99%가 파괴되었다. 따라서 원편광 빛에 의한 비대칭 광분해는 그 차이가 크지 않고, 광학적 순도도 낮아 손대칭성의 기원으로 적합하지 않다. 또 다른 문제점은 주파수(파장)에 따라 광학 이성체의 선택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특정한 영역의 파장을 가진 빛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파장의 범위가 넓으면 비대칭 광분해가 일어나지 않는다.
비교적 최근의 연구로서 베일리 등은 오리온 자리 성운에서 강한 적외선 원편광을 관측하였다. 그들은 이 빛이 우주에서의 유기물의 비대칭 생성에 관여하였을 것이고, 이 광학활성 분자가 혜성, 우주먼지, 운석 등에 실려 지구로 운반되었을 것으로 추측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유기물의 비대칭 파괴에 필요한 자외선 원편광 빛을 관측하지 못하였고, 성운에서 아미노산이 합성되는 어떠한 증거도 찾지 못하였다.
손대칭성의 기원을 소립자에서 일어나는 베타 붕괴에서 찾으려는 시도도 있었다. 베타 붕괴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네 종류의 근본적인 힘 중에서 약력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반전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즉, 베타 붕괴에 의해 생성된 전자의 스핀은 전파의 방향과 역평행하여 마치 손대칭성을 지닌 것처럼 된다. 이 손대칭성을 가진 전자가 라세미 혼합물과 충돌하여 원편광 복사선이 생기고, 이것이 거울상 이성질체와 입체 특이적으로 작용하여 어느 한 광학 이성질체를 안정화시키고, 다른 이성질체를 파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러나 여러 원소들의 원자핵에서 베타 붕괴로 방출되는 전자를 라세미 혼합물과 충돌시킨 실험에서는 광학 활성물질을 전혀 생성하지 못하였다.
또 다른 손대칭성의 기원으로서 광학적 활성을 띠는 석영 결정이 제시되었다. 석영은 실리카의 일반 형태로서 지구상에 널리 분포하고 있는 무기물이며, D-형과 L-형의 석영이 존재한다. 즉, 각 형태의 석영에 분자들이 비대칭적으로 흡착되어 광학 이성질체가 분리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지구상에는 각 형태의 석영이 동일한 양으로 분포하고 있어 석영에 의해 비대칭 분리가 되더라도, 결국은 D-형과 L-형의 분자는 동일한 양으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생화학자인 박인원 교수 전 서울대 교수는 이러한 일련의 손대칭성의 기원에 관한 연구들을 종합 평가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손대칭성의 기원의 문제는 생명의기원에 관한 연구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과제이지만, 오늘날의 과학이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신비스러운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8) 원시수프가 존재했었다는 지질학적인 증거가 없다.
할데인이 주장한 바 만약 원시수프가 존재했다면 그 흔적이 남아있어야 한다. 이 지구상 어딘가에 많은 양의 유기질소 혼합물, 아미노산, 퓨린, 피리미딘 등의 여러 화학물질들을 함유하는 두꺼운 퇴적물을 발견할 수 있거나, 변성화 된 퇴적물들 속에서 막대한 질소 잔류물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구상 어디에서도 그러한 물질들을 발견할 수 없다.
탄소동위원소를 이용하면 과거 생명체의 존재 유무를 판별할 수 있고, 원시수프의 존재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탄소의 동위원소는 질량수가 12와 13이 대부분이며, 질량수 14인 방사성 동위원소는 반감기가 5,730년으로 매우 짧기 때문에 원시수프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에는 이용할 수 없다. 생명체들은 질량수 13의 탄소보다는 질량수 12의 탄소를 더 선호한다. 따라서 생명체에서 유래한 탄소동위원소에는 C-12에 대한 C-13의 상대적인 양이 비생명체에서 유래한 C-13/C-12 보다 작을 것이다. 만일 원시수프가 실제로 존재했다면, 선캄브리아기의 암석에 존재하는 탄소 중 C-13의 양이 많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벼운 탄소동위원소, 즉 C-12가 과량으로 존재한다. 이는 원시수프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9) 4.8 중합은 자연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
(1) 열역학적 관점에서 중합반응보다는 가수분해반응이 더 유리하다.
원시대기 혹은 원시 수프에서 아미노산, 핵산을 비롯한 다른 분자들이 합성되었다고 하여 생명의 기원이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 분자는 그 자체로서는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고 중합되어 고분자가 될 때 생체 내에서 기능을 담당한다. 이들 단량체가 중합을 이루는 방식은 모두 물이 제거되는 축합중합이다. 단백질은 아미노산 사이의 축합반응이다. 뉴클레오시드는 오탄당(리보오스)과 염기의 축합반응이며, 뉴클레오티드는 뉴클레오시드와 인산의 축합반응으로 생성된다. 이 밖에도 에스테르는 카르복실산과 알코올의 축합반응으로 생성된다. 따라서 축합중합 반응이 과연 원시지구에서 자연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평형은 펩타이드를 형성하는 방향이 아닌 가수분해쪽으로 상당히 치우쳐 있다. 펩타이드 결합이 생성될 때마다 비슷한 값의 자유에너지의 차이가 존재한다면 평형상수는 펩타이드 결합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급격히 감소하며, 실제적으로 단백질의 합성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아미노산들이 자발적으로 축합중합되어 단백질이 될 가능성은 극히 미미하다. 평형상수가 1보다 매우 작기 때문에, 실제 반응은 단백질이 물에 의해 가수분해가 될 것이다. 생성물을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온도를 올려주면 되지만, 이 경우 생성물은 더 효과적으로 파괴될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점은 축합반응들이 모두 수용액에서 일어나는 점이다. 따라서 축합반응이 원활히 일어나려면 에너지를 가해 주어야 할 뿐 아니라, 생성물인 물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과연 원시지구상에서 이러한 기작이 자연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지에 관해서 의문이다.
(2) 무기물 표면에서의 중합도 가능하지 않고 중합을 위해선 인위적인 조작이나 활성화의 단계가 필요하다.
오르겔 등은 수용액 내에서의 축합반응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 무기물 표면에서 수십 개의 단량체가 결합된 상당히 긴 고분자가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러한 과정은 단량체를 인위적으로 공급하여 일어났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물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체표면이 필요하였고, 이 표면 위에 반응물들이 계속하여 공급되어야 함을(정확한 순서대로) 인정한 것이다. 자연계에서 과연 이러한 메커니즘이 정확히 작동할지는 의문이다.
물에 의한 가수분해 효과를 최소하기 위해 자연계에서 자연적인 탈수제가 사용되었다는 견해가 제기되었다. 가능한 탈수제로서 시안아미드, 시안산, 시아노겐, 시아노아세틸렌 등과 같은 여러 물질이 제시되었다. 오로(J. J. Oro)의 연구진은 시안아미드를 탈수제로 이용하면서 여러 아미노산을 출발물질로 하여 펩티드 합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 결과 매우 엄격히 조절된 조건에서 아미노산 2〜4개가 결합된 올리고펩티드를 합성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히스티딘과 류신이 결합된 디펩티드를 합성하기 위해 히스티딘, 류신, ATP, 시안아미드, 염화마그네슘(MgCl2) 등이 녹아 있는 수용액을 증발시키고, 80℃에서 24시간 가열하였다. 이런 방식으로 류신 이량체, 삼량체, 사량체, 히스티딘 이량체 등을 합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반응조건이 매우 까다롭고 정밀하게 조절되어야 하며, 여러 성분들이 동시에 존재해야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합성된 펩티드가 단지 몇 개의 아미노산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므로, 실제로 이러한 과정으로 단백질이 합성될 수 있는 가능성은 극도로 낮을 것이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무기물의 표면은 펩타이드 결합의 형성과 가수분해에 모두 촉매작용한다. 그러나 무기물 그 자체만으로는 펩타이드의 선생체적 합성을 설명할 수 없고 열역학적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선 커플링 시약이나 에너지의 유입이 필요하다.
진화론 연구자들은 생명체가 원시 수프에서 기원하기 위해서는 유기 분자들 간의 상호반응과 성장을 위해 농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몇몇 연구자들은 유기 분자들이 점토 광물들의 표면에 부착되었을 것으로, 그래서 서로 반응하기에 충분히 가까울 수 있었을 것으로 제안했었다. 이 과정은 뜨거운 온천이나, 심해의 분출구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그들은 제안했었다. 이러한 제안을 실험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산타크루즈의 디머 교수 등이 실험을 수행하였다. 이 결과는 이 연구 결과는 영국의 과학협회인 왕립학회 주최로 2006년 2월 13-14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Conditions for the Emergence of Life on the Early Earth”라는 제목의 국제학회에서 발표되었다. BBC News는 디머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다음과 같이 보도하였다(출처: http://news.bbc.co.uk/2/hi/science/ nature/4702336.stm).
“데이비드 디머는 발표에 앞서 "찰스 다윈이 생명체는 '따뜻한 작은 연못(warm little pond)'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제안한 지 140년이 지났다. 우리는 이러한 다윈의 이론을 시험 중이며, 그 장소는 러시아의 캄차카 반도의 화산지역과 미국의 캘리포니아의 라센 산(Mt Lassen)의 '뜨거운 작은 웅덩이다. 이번 실험 결과는 놀라우며, 또 여러 가지 면에서 실망스럽다. 진흙을 함유한 뜨거운 산성 물은 화학물질들이 결합하여 생명체의 선구적인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적합한 조건을 제공하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디머 교수는 생명체의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들과 DNA, 그리고 인산염 및 다른 핵심적인 성분들이 이 화산 웅덩이의 진흙 입자의 표면에 달라붙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현상이 중요한 것은, 진흙은 생명체의 기원과 연관되는 흥미로운 화학적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제안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의 실험에서 이 유기물질들은 진흙입자에 매우 강하게 달라붙어 더 이상의 화학적인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림. 유기물이 진흙에 단단히 달라 붙어있는 사진
10) 밀러의 실험은 인위적으로 고안된 조건하에서 수행된 화학합성에 불과하다.
(1) 자연계에는 정교한 실험장치가 없다.
밀러는 환원성 물질을 유기물로 합성하기 위해 정교한 실험장치를 사용했으며 고도로 제어된 조건에서 실험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원시지구에 이와 같은 실험조건이 갖춰어졌을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합성된 유기물을 분리하기 위해 냉각장치와 트랩을 달았는데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밀러의 실험에서는 합성물을 밀폐된 용기에 수집했는데, 이러한 밀폐조건은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밀폐되지 않은 용기에서는 합성물이 산화작용으로 분해된다.
(2) 번개와 전기방전 에너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밀러가 시도한 전기방전과 자연계의 번개는 여러 면에서 서로 다르다. 15만 볼트(3000℃)의 번개에서는 X선과 감마선 등이 발생한다. 번개에 의해서는 어떠한 유기물도 합성되지 않으며, 오히려 파괴된다. 과거에 번개에 의해 유기물이 합성된 흔적은 어느 지층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번개는 순간적이며, 불연속적이고, 일부 공간에 국한하여 발생한다. 이에 반해, 밀러가 실시한 전기방전은 6만 볼트이며, 200℃미만으로 이러한 온도에서는 유기물이 합성될 수 있다. 전기방전으로 자외선이 발생하지만, 생명을 파괴하는 X선이나 감마선은 발생하지 않는다. 전기방전은 실험 전 공간에서 연속적으로 일어나도록 한 것이었다. 따라서 번개와 전기방전은 여러 면에서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밀러의 실험은 인위적으로 고안된 실험장치를 이용하여 고도로 제어된 실험조건하에서 수행된 화학합성일 뿐이며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11) 생명의 자연발생 가능성은 확률론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유기물에서 가장 원시세포로의 출현은 오파린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세포는 원시적일 수 없으며, 원시적인 세포는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과학아카데미의 "생명기원평가위원회"의 위원장이었던 클라인은 생명의 기원에 관한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생명과학적 견해로서는 가장 단순하다는 세균 하나도 매우 복잡하여 어떻게 생성이 되었는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프랑스의 분자생물학자인 모노는 가장 간단한 단세포 생물인 세균에 대해 이렇게 기술한다.
"원시적인 세포의 구조가 어떠한 것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가장 단단한 생물인 세균까지도 그 전체적인 화학구조는 다른 생물들과 같다...사람과 세균은 유전암호나 번역장치도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따라서 우리가 접해보는 가장 단순한 세포조차도 결코 원시적이 아니다. 정말로 원시적인 흔적마저 찾아볼 수 없다."
생화학자 가렛은 적정한 순서를 가진 100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단백질 하나를 무작위적인 방법으로 합성하기 위해서는 전 우주의 질량보다 많은 물질이 필요함을 아래와 같은 계산으로 보여주었다.
“평균 100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단백질을 무작위적인 방법으로 합성할 때, 각 위치에 20개의 아미노산이 위치할 수 있으므로 가짓수는 20100개이다. 이는 대략 10130 가지의 가능성을 나타낸다. 아미노산의 평균 분자량을 120으로 하면 이 단백질은 12,000 dalton의 질량을 가진다. 여기에 10130을 곱하면 질량은 1.2 x 10134 dalton이 된다. 한편 우주의 질량은 대략 1080 dalton이므로 하나의 단백질을 무작위적으로 합성하기 위해서는 전 우주의 질량보다 훨씬 큰 질량을 요구한다. 따라서 자연발생적으로 단백질 하나도 합성할 수 없다.”
5. 결론
타임지(1993)는 생명의 자연발생설 모델을 다음처럼 정리하였다.
(1) 지구상의 대기가 메탄, 암모니아, 수소로 뒤덮인 적이 없었다.
(2) 단백질은 핵산의 지령으로 만들어지며, 핵산은 단백질에 의해 조절된다. 따라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순환논리에 빠지게 된다.
(3) 생명체가 서서히 간단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진화해야 하는데,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모든 화석층의 고급 생명체들은 갑자기 일시에 출현한다.
(4) 첫 생명체는 단순한 단백질이어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완전한 번식능력을 가져야 한다. 번식능력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으면 후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번식력이 없는 생물은 한 세대만 살다가 사라진다. 따라서 첫 세대부터 자신과 동일한 종을 재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한 세포의 생성만으로는 부족하다. 번식능력을 갖추려면 처음부터 매우 정교한 생식기능과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야 한다.
결론적으로, 화학적 진화에 의한 생명의 기원을 증명하기 위해 행해진 수많은 실험들은 매우 정교하게 제어된 조건하에서 인위적인 조작에 의해 수행된 것들이다. 그러한 정교한 실험 장치와 제어 시스템이 자연계에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이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실험들은, 위에서 기술한 많은 이유들로 인해, 주어진 조건 하에서 수행된 화학 반응일 뿐이며,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은 다양한 연구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후 도스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화학 및 분자진화 분야에서 생명의 기원에 대해 30년 이상 실험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단 오히려 지구에서의 생명의 기원 문제의 광범위성을 인식시켜 주었다. 현재로선 이 분야의 모든 주요한 이론들과 실험들은 결국 교착상태로 또는 무지함의 혼돈으로 끝난다. 새로운 방식의 사고나 실험이 시도되어야 한다.”
또한 전 버클리대 법대 교수 존슨도 이러한 여러 가지 증거를 종합한 후 생명의 기원에 대한 내용은 다윈의 사고에서 진전된 바 없다고 말한다.
“한 세대 전만해도 선생체적 진화의 분야는 환상적인 성공의 순간에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오늘날 그것은 다윈이 떠난 바로 그 곳에 있다.”
이상으로부터 순전히 자연적인 화학적 진화라는 과정으로는 생명의 기원을 결코 설명할 수 없고 어떠한 지적인 존재가 생명의 시작을 가능케 했을 것이라는 강력한 암시를 받는다. 우리는 물론 그 존재가 하나님임을 안다. 생명의 존재 앞에 우리는 겸손히 그 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Komentar